2021 Tancheon Project
탄천프로젝트: 감각하는 밤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탄천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하여.
당신에게 탄천은 무엇입니까?
탄천은 용인을 발원지로 성남을 관통해 서울로 이어지는 35.6km의 하천입니다. 탄천은 하천이지만 역사와 개발, 생태 등 다양한 도시의 문제들과 맞닿아 있는 공공의 장소로서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하는 모두의 공간입니다. 다양한 해석과 정의가 부딪치는 곳이고 예술적 영감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2021 탄천프로젝트: 감각하는 밤은 이러한 탄천에서 예술가인 ‘내’가 감각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공유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윤용훈, 박성진, 이지연, 이계원 4명의 예술가가 각각 영상과 텍스트, 시각,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이 감각한 탄천을 이야기합니다.
이 전시를 함께하는 시민분들에게도 탄천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상상하고, 탄천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윤용훈_진혼(鎭魂)_영상설치_가변설치_2021
진혼(鎭魂
탄천의 역사 속에서 타의에 의해 사라져야만 했던, 수많은 생명들을 위한 진혼무이다.
기억되지 못하는 정령들의 공포, 외로움, 슬픔이 미디어와 안무로 표현된 작품이다.
#1 야수의 관
_밤이 되면 물(夜水)이 흐르는 관(管)을
느끼는 감각.
밤이 되면 탄천은 붉어진다.
나는 검은 물 위로 걷는다.
내 위로는 차들이 달려간다.
내 밑으로는 관이 묻혀있다.
밤이 깊어갈수록 물은 진해진다.
기어가던 물줄기가 요동치고
발 아래에서 관이 들썩거린다.
일렁이는 땅만큼 나도 곤두선다.
관에 부딪히는 물소리를 듣는다.
거를 만큼 걸러진 날카로운 고음
이물질이 뒤섞인 묵직한 중저음
흐느끼는 노랫소리는 직선으로 간다.
관을 밟고 걸으며 물소리를 듣는다.
물소리에 휩싸여서 관 속을 걷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생각하는 밤이다.
#3 야수의 관
_야생의 동물(野獸)적 찰나를 관찰하고
관대해지는 감각.
초겨울과 늦가을의 경계에서 탄천을 걷는다. 사람은 적고 식물이 많은 찰나를 걷는다. 노란 미국실세삼이 다른 식물들을 실처럼 휘감고 수액을 빨아먹는다. 초록색 환삼덩굴은 넓적한 잎으로 다른 식물들이 자라날 공간을 다 빼앗는다. 나는 장갑을 끼고 환삼덩굴을 뽑는다. 시기가 좀 늦었음을 안타까워하며 뽑는다. 이미 환삼덩굴 열매가 영글었기 때문이다. 환삼덩굴 열매는 빨갛고 람부탄을 닮았다. 까보면 과육은 하나도 없고 사과씨 같은 단단하고 까만 것이 몇 알 나온다.
환삼덩굴을 뽑는 주위로 참새만 한 작은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닌다. 물 위로 등이 올라온 잉어가 말한다. 저 작은 새들은 겨울이 되면 탄천의 덤불을 뒤질 것이라고. 환삼덩굴의 씨앗은 작은 새들이 겨울을 나는 영양분이 된다고.
나는 한 무더기의 환삼덩굴을 탄천 길가에 쌓아두고 다시 걷는다. 환삼도 나도, 새들도 잉어들도 이내 보이지 않게 되는 밤이다.
#2 야수의 관
_밤이 되면 나오는 기침(夜嗽)처럼,
예민해지는 감각.
밤이 되면 나는 작아지고 당신들은 커져요 물가에 흘리고 간 당신들의 비밀들 줍고 싶지만 내 주머니 너무 조그맣군요 감당하지 못할 이야기들에 눈 질끈 감습니다 허나 귀를 닫을 능력이 없기에 기울여지게 되는 속삭임들 내가 그를 사랑했노라 하는 거짓말 그가 나를 사랑했을 거라는 농담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고 아무나 사랑했다는 진술들에 몸을 기울이고 그것의 진위와 의도를 궁금해하며 사실이든 아니든 세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요동치는지 목을 간지럽히는 기침을 흘리며 걸어갑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듣게 되는 밤.
박성진_야수의 관_사운드설치_가변설치_2021
3가지 테마의 시 + 시와 관련한 아카이브.
아카이브 0
TIME 03:13
캐릭터: 박성진
감정 normal-A
빠르기 보통/0.4/재생0/피치0
아카이브 1_병자호란
TIME 06:46
캐릭터: 호빈이
감정 normal-B
빠르기 보통/0.4/재생1/피치-1
아카이브 2_탄천의 크기
TIME 10:34
캐릭터: 지안
감정 mid-A
빠르기 느림/0.4/재생0.9/피치-1
아카이브 3_탄천의 수질
TIME 03:57
캐릭터: 하준
감정 normal-A
빠르기 느림/0.3/재생1.1/피치0
이지연_시간 위를 걷다_천에 UV출력 외_가변설치_40pieces_2021
이지연 작가의 [시간 위를 걷다]는 40개의 패브릭 작업(혼합매체)으로 전시 작품들이 설치된 주변 잔디밭에 펼쳐집니다. 그 위에 잠시 앉아 영상과 설치, 사운드 작업을 감상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탄천의 물길이 변해온 이야기를 듣고, 그 모습을 찾아보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드로잉으로 작업한 그림 위에는 작은 '나침반'이 놓여있기도 합니다. 작가는 잠시 머무르는 (탄천에서의) 순간에 가던 길과 방향으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의 이전(시간)도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 작가노트
2021년 [감각하는 밤]을 위한 작가일지 중에서 (8월~10월)
#010
길 위의 시간이라는 것.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가야 할 방향과 가려는 방향을 생각한다.
나침반의 방향을 따라
내가 가려는 방향을 둘러본다.
대략의 방향을 아는 것과
정확히 그 방향이 어디인지 아는 것.
심지어 직선인듯
늘 지나가고 머문다.
이 곳에서 내가 만나는 시간들.
놓쳤던 길 위의 시간들이 궁금해졌다.
지금의 길 위에서 그 아래 쌓여있던 지난 모습들을 상상해본다.
그대로인 듯 그대로일 수 없었던 여러 날을 만나며 시간을 그린다.
_
들여다보거나 잠시 머물러 앉아서 문득 시선이 갈 때,
지금 이 곳까지 온 시간과 길(방향)을 생각해보는 ‘잠시’가 되었으면 한다.
- 시간 위를 걷다, 2021 -
이계원_표피(epidermis of cyborg)_혼합매체_가변설치_2021
발 아래, 보이지 않거나 혹은 보고 있지 않은 누군가를 감각하게 되는 순간에 대하여.
림프관처럼 얽혀있는 관망(管網)의 미약한 진동을, 콘트리트 근육 사이로 삐져나온 비늘의 반짝임을 감각하는 밤.
* 작가노트
2021년 [감각하는 밤]을 위한 작가일지 중에서 (8월~10월)
20210830
...탄천을 걸으며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왜 이렇게 사각의 콘크리트 바닥이 많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공간들은 때로는 비어 있었고, 때로는 선이 그어져 테니스장으로, 농구장으로 혹은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불이 꺼지고, 골대가 치워진 농구장의 바닥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20211022
" 탄천 부지 아래로는 다양한 것들이 매설되어 있어요. 상하수도라던가 전기배선, 가스관 같은 것들이요."
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20211023
...어릴 적 즐겨봤던 '육백만달러의 사나이'라는 외화가 떠올랐다. 신체의 일부가 기계로 대체된 사이보그...
20211026
" 탄천 아래 관들의 도면이 궁금해요."
라고 하자 매우 당황해 하셨다. 그게 왜 궁금한지 그리고 그 이미지가 왜 필요한지 한참을 물어보시더니 테러 등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도면은 공개될 수 없는 자료라고 하셨다. 열심히 관들의 생김새와 흐름을 설명해주시다 구글에서 '관망도'를 검색해보라고 하셨다.
당신에게 탄천은 무엇입니까?
본 전시는 성남문화재단
2021 성남문화예술활동지원 <모든예술31>사업의 일환입니다.
후원 경기도, 성남시, 경기문화재단, 성남문화재단 | 주관 알투스